**오리지널 설정 주의
“…제정신이야?”
“충분히.”
“야, 잠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고? 미쳤어?”
“…….”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무어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입에서 흘려보낸 말은 보통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 그러했다. 점점 지쳐가는 육신에 이를 악 물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주위로 퍼지는 비릿한 냄새에 코가 마비될 것 같았다. 익숙한 색과 형태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상황이 사방으로 보였다. 보내줘. 욱신거려오는 어깨를 무시하며 다시금 토메사부로에게 의사를 전하자 그의 얼굴이 단박에 일그러졌다.
최대한 표정을 거두며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자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화났네. 이 이상 그를 건드렸다간 좋을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전쟁의 한복판에 선 상황. 최선책을 찾아 돌파하는 수밖에 없어. 입을 달싹이다 토메사부로의 표정을 살폈다.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우린 닌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평소의 버릇처럼 웃음을 지으려 올라가는 입 꼬리를 애써 가라앉혔다. 토메사부로가 나를 보냈다간 죄책감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미끼로 삼아.”
그도 알 것이다. 해결책으로 이 이상 훌륭한 작전이 없다는 사실은.
***
“마고헤이가 많이 유별나지? 고생이 많았구나, 너희들….”
“쥰코를 향한 제 사랑은 하루 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요! 그렇지, 쥰코…?”
유우의 말에 반박하듯 소리친 마고헤이가 다시금 제 애완 뱀을 향해 그윽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걸 유별나다고 하는 거에요, 선배…. 마고헤이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린 산지로가 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에도 이 작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상하관계가 확실히 정해진 모양이었다. 하긴, 이제 열 살이나 되었는데. 사리분별 쯤은 할 수 있어야지.
“그래, 힘들면 나를 찾아와. 이반의 아사히나 유우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해.”
“선배는 이름만 말해도 알 걸요. 학원 내의 사람이라면 분명.”
“그렇게 칭찬해주면 쑥스러운데, 마고헤이.”
“칭찬…인가.”
“이럴 땐 칭찬이라고 해주세요, 이가사키 선배…!”
어색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마고헤이의 발언에 토라와카가 태클을 걸어오는 것을 기점으로 생물위원회가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평소에도 꽤 즐겁게 지내는 모양인지 티끌 하나 없는 맑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후배들의 모습에 유우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맑네. 연한 하늘빛의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눈이 부셨다. 그나마 가장 성숙한 마고헤이도 살인은 해본 적이 없을 테지. 유우는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손을 더럽히는 것은 상급생부터의 일. 그런 점에서 매년 4학년들이 제일 힘든 시기를 겪기 때문에 5,6학년들이 뒤를 받쳐주어야 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관례. 유우는 제 손을 잠시 매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닌자의 일은 살인이 아닌 정보 수집이다.
“누군가를 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 있는 것을 빼내오는 역할이 우리니까.”
“…네?”
“……그냥 혼잣말이야. 그런데 타케야는 왜 안 올까~”
아무리 살펴도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는 소년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던 유우가 결국 한 걸음을 내딛었다. 역시 찾으러 가는 편이 빠르겠지.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발걸음으로 목적지가 없는 산책을 시작하려던 유우가 고개를 돌려 생물 위원회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나중에 다시 보자. 타케야 오면 나 왔었다고 전해줘!”
음… 우선 헤이스케에게 물어보러 갈까. 유우는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약위원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 *
“어, 아사히나 선배?”
“헤이스케, 타케야 못 봤어?”
무언가를 적고 있던 모양인지, 붓을 쥔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 고민하던 쿠쿠치가 고개를 살살 저었다. 잘 모르겠는데…위원회 일로 바쁘다는 것만 알아요. 방금까지 다녀왔던 생물위원회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대답에 유우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방금까지 있었는데….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지는 유우의 모습에 쿠쿠치가 난감한 듯 웃음을 지었다.
“지금 타케야 찾으러 다니시는 거에요?”
“아니, 그건 부수적인 일이고… 일단은 신입생들에게 인사하러 다니고 있어.”
“또 이름 잘못 부르고 다니시면 상처받아요, 선배.”
“와…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의도치 않게 꽤 기억에 오래 남던데요….”
쿠쿠치의 말에 키득거리며 웃음을 지은 유우가 미안하다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쿠키치 귀엽잖아, 쿠키치. 자신의 이름을 과자로 바꾸어 버리는 선배의 만행에 쿠쿠치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5학년이 막 인술학원에 들어왔을 때 자신들의 이름을 괴상하게 바꾸어서 부르는 바람에 별명이 되어버릴 뻔했던 걸 생각하면 딱히 달갑지는 않은 호칭이었다.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화약창고에서 열심히 재고를 기록하던 타카마루가 낯선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지금 학원 내에서 소문이 자자한 6학년인 것 같은데…. 자신과 동갑인데 실력이 상당하다는 건 타 학년들이나 동기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그 외의 사실은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외모조차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일까, 꽤 들뜬 기분으로 창고 밖으로 나오자 한 눈에 봐도 예쁘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외모를 가진 사람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타카마루의 눈길을 끄는 건 결이 좋은 긴 남색의 머리칼이었다. 와…. 작게 감탄하자 유우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첫인상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중요하다고 했지.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상기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자 타카마루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면역이 없나….”
“선배의 얼굴이라면 그럴 만 하죠. 1학년들은 6학년이라는 거에 놀랐을 거고요.”
“좋긴 하지만 임무할 때는 불편하단 말이지…. 꼭 변장하거나 얼굴을 보이지 않아야 한단 말이야.”
상대의 인상에 남는 건 닌자에게 상당히 위험할뿐더러 비밀유지라는 원칙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여장을 할 때에도 평범한 마을 처녀로는 불가능한 상황인 유우는 간간히 제 외모에 대해 예쁜 것 말고는 쓸모가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 발언에 쿠노이치 몇이 화를 낼 뻔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유우는 오늘도 어김없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예쁘더라도 인상에 남지 않는 쪽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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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키_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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