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닌타마

[여명과 노을]01. my world? (1)

카키_bean 2015. 11. 30. 20:42

01. my world?

 

 

*이 소설에는 츠도이와 오리지널 설정이 섞여있습니다.

 

 

벙찐 일학년들과 다르게 다른 학년들은 유우의 모습에 여전히 적응 안 되는 얼굴이라며 한숨을 쉬거나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혼란스러워 보이는 란타로의 얼굴을 보며 푸하하 웃던 유우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휘휘 저었다. 정신 차려, 후배님. 여장을 했을 때와 확연히 다른 목소리에 란타로는 입을 뻥긋거리다 빼액 소리를 질렀다.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치는 란타로에게 답한 것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던 이사쿠였다.

 

유우는 변장도 잘하지만 목소리 흉내를 잘 내거든. 우리도 처음엔 꽤 놀랐어.”

 

네에?!”

 

이거 참. 첫 만남부터 너무 짓궂지 않아, 유우?”

 

말을 끝맺으며 유우의 어깨에 팔을 두른 케마가 이제야 왔냐면서 그의 머리를 잔뜩 헤집었다. 네가 다시 묶어줄 거 아니면 하지 마. 아무런 저항 없이 투덜거린 유우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이어 입을 열었다.

 

나는 산 속에서부터 들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산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이 기모노 차림이라니. 보통은 이상하지 않아?”

 

, 그러고 보니!”

 

비싼 재질의 옷감을 쓰는 기모노를 입고 약초 캐기라니 누가 봐도 수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적어도 비싸지 않은 옷감이라면 이상하다 싶더라도 넘어갔을 테지만 유우가 입고 있던 기모노는 옷감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란타로까지 알 수 있을 만큼 고급이라는 느낌을 듬뿍 주고 있었다. 좀 더 관찰력을 길러야지, 이나데라 란타로군. 네에. 유우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며 답하던 란타로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제 이름을 아세요?”

 

란타로, 우린 닌자야.”

 

닌자란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자들. 자신이 속한 인술학원의 후배 이름조차 모르고 있어서야 되겠냐며 어깨를 으쓱인 유우가 라멘 그릇만한 보따리를 이사쿠에게 건넸다. 풀 종류가 마찰하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사쿠와는 달리 란타로는 그것이 산 속에서 그가 찾고 있던 약초임을 깨달았다. 연한 보랏빛의 보따리 안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약초가 몇 달은 쓸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 없겠어! 화색이 도는 얼굴로 외친 그의 목소리에 란타로 또한 밝게 웃으며 탄성을 질렀다.

 

보건위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유우는 제 어깨에 올라와 있는 팔을 잡으며 케마의 어깨동무를 풀어내었다. 센조랑 몬지로는. 같은 반의 친구들을 찾는 목소리에 케마가 볼을 긁적이며 잘 모르겠다는 의미를 표했다. 이 형님이 왔는데도 아는 척 하나 안한다 이거지? 누가 형님이냐, 누가. 가볍게 던진 말에 투덜거림이 섞인 대답이 돌아오자 유우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당하게 답했다.

 

그거야 내 생일이 가장 빠르잖아!”

 

우리보다 늙었다는 증거겠지.”

 

매정하네, 토메사부로. 이 형님은 너를 그런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단다!”

 

? 누가 누굴 키워?”

 

마치 울기라도 하듯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유우의 모습에 케마가 코웃음을 치며 양껏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으악. 낮게 비명을 지른 유우는 재빠른 몸짓으로 그에게서 벗어났지만 하나로 단정하게 묶여있던 남색의 머리는 다시 묶어야 할 정도로 상당히 부스스한 모양새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아오 진짜.”

 

오랜만이에요, 아사히나 선배.”

 

투덜거리며 묶은 머리를 풀고 있던 그에게 5학년 로반의 학급위원장인 하치야 사부로가 말을 걸어왔다. 같이 학급위원회에 속해 있는 만큼 자주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나름대로의 친분을 갖고 있었다. 위원회 활동 시간에 항상 간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다져왔던 친목이 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유우는 제 동기들 다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잘 하고 있었어, 사부로?”

 

, . 연락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정신이 없어서 말이지. 오는 길에 이사쿠가 부탁한 약초를 가져오기도 했고.”

 

사부로의 말에 유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약초를 분류해내고 있는-왜 여기서 하는지 모르겠지만-보건위원들 쪽을 가리켰다. 한창 분류작업에 바쁜 그들을 다른 일학년들과 케마가 도와주고 있었고, 개중 몇몇은 유우가 있는 방향을 힐끔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애들은 어때?”

 

착하고 귀엽죠. 성실하기도 하고. 불러올까요?”

 

됐어. 어차피 이제 곧 회의 시간 아니야?”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한 사부로는 마침 간식을 가지러 가는 도중이었다며 웃었다. 1학년들이 준비하는 거 아니야? 오늘은 둘 다 일이 있어서 늦게 오거든요. 유우의 질문에 대답한 사부로는 슬슬 가야한다며 목례를 한 후에 자리를 피했다. 걸음을 옮기며 잊지 않고 오늘의 회의실은 1학년 이반의 교실이라고 이야기해준 사부로 덕에 목적지가 생긴 유우는 학급위원회가 있는 곳으로 갈까 싶어 머리끈을 단단히 동여맨 후 교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훅 풍겨오는 익숙한 냄새는 그가 한껏 경직되어 있던 몸을 풀게 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인술학원에 돌아왔음을 실감한 탓인지, 계속 거슬리던 왼팔에 상당한 통증이 밀려왔다. 증상을 보니 근육통인가. 주로 쓰는 팔이 아픈 건 곤란한데. 아무래도 돌아다니던 도중 무리한 동작을 저도 모르게 취한 모양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생기는 건 번거로웠지만 그리 심한 것도 아니라 생각한 유우는 힘차게 1학년 이반 교실의 문을 열어 안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 칸에몽.”

 

아사히나 선배?!”

 

어쩐지 밖이 시끄럽더라니!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놓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칸에몽이 이쪽으로 앉으시라며 유우를 안내했다. 5학년 중 가장 유우를 의지하고 신뢰하는 이가 타케야라면, 칸에몽은 가장 유우를 친밀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원래는 교장선생님을 만나 뵈어야 하는데, 사무원 분에게 물어보니 외출하셨다는 것 같아.”

 

. 나름 바쁘신 분이니까요.”

 

그렇지. 덕분에 이번 원정은 힘들지 않았어.”

 

원정이라고 말할 정도입니까.”

 

자리에 앉은 유우의 앞으로 칸에몽이 찻잔을 밀어 넣었다. 찻잔을 조심스레 감싸 쥐자 열기가 손바닥 전체로 퍼져나갔다. , 좋네. 짙은 웃음을 베어 문 그를 본 칸에몽은 포만감을 느낀 짐승이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생의 정점에 서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체구가 작은데다 예쁘장한 외모와 적당한 키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다들 유우를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의 실력은 전 학년을 통틀어 봐도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그의 실력이라면 나중에는 선생을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기에 학생들은 긴가민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5학년들은 달랐다. 가장 많이 6학년의 실력을 지켜보는 학년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소문은 진짜다. 비록 그들이 4학년, 지금의 6학년이 5학년일 때의 일이었지만 칸에몽을 비롯한 5학년들은 전부 공통된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한, 작년의 6학년 선배들은 유우에게 너에게 질지도 모른다며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칸에몽?”

 

, ?”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생각에 잠겨 있던 칸에몽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유우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 그게. 어색하게 시선을 회피하는 칸에몽의 태도에 무어라 더 말을 하려던 유우는 요란스러운 발소리에 문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어린아이 둘, 이번에 온 신입생들이겠지. 한 모금 더 차를 목 뒤로 넘긴 유우가 찻잔을 내려놓자 바로 문이 열렸다.

 

“1학년 이반 이마후쿠 히코시로, 들어가겠습니다!”

 

“1학년 하반 쿠로키 쇼자에몽, 들어가겠습니다!”

 

어서와 히코시로, 쇼자에몽.”

 

어라? 그 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 6학년 교복?”

 

“6학년 이반 학급위원장, 아사히나 유우라고 해. 사정이 있어서 여태껏 인술학원에 오지 못했어.”

 

자리에 앉아 인사를 건네는 유우의 모습에 놀란 히코시로와 다르게 상황파악을 끝낸 쇼자에몽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탄성을 지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미인 선배가 학원에 왔다는 이야기를 란타로에게서 들었어요.”

 

, 그 꼬마 신사님이구나.”

 

선배. 여장했을 때의 말버릇은 그만둬주세요.”

 

호호, 말하는 게 어때서 그래요? 으아아아악. 유우가 놀리듯 말을 덧붙이자 칸에몽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았다. 두 사람의 기행을 짜게 식은 눈으로 지켜보던 쇼자에몽과 히코시로는 자리에 앉으라는 유우의 권유에 문을 닫고 들어와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낯선 사람의 모습에 조금 경계어린 태도를 고수하는 어린 아이들로 인해-유우는 좋은 태도라며 흐뭇하게 웃었다-가라앉은 분위기는 얼마 안 있어 손에 센베와 당고가 든 접시를 들고 온 사부로가 들어오면서 풀어졌고 그 덕분에 학급위원장위원회의 학생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느긋한 분위기.

 

"역시 학급위원회는 최고야."

 

찻잔을 양 손으로 쥐고 있던 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동의한 사부로가 당고를 한 입 베어 물자 동그란 떡 위에 얹어져 있던 팥 앙금이 달콤한 향을 풍기며 입 안에 감돌았다. 사부로의 옆에서 녹차를 한 모금 마신 칸에몽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쇼자에몽과 히코시로는 생각했다. 학급위원회는 계속 예산을 받아도 괜찮은 걸까. 아무리 개개인이 바쁘다고 해도 예산도둑이 되는 것만 같아 신경 쓰이는 그들과는 달리 상급생 세 명은 그저 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만 있었다.